
우리 동네에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다.
이름은 알 수 없다.
봤던 기억은 남아 있지만 정류장의 이름만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정류장은 이상하게도 밤 11시 39분에만 나타난다.
처음 본 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날이었다.
분명 매일 지나던 길인데, 그날은 가로등 아래 처음보는 낡은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녹슨 철제 의자, 바래진 시간표, 그리고 정류장 이름 대신 검게 칠해진 표지판 하나.
‘…이런 게 있었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버스가 왔다.
행선지는 적혀 있지 않았고, 버스 안에는 몇 명이 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창밖을 보지도 않았다.
버스를 타야 한다는 이상한 감정에 사로 잡혔고 열린 문을 넘어 계단을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자 안내방송이 작게 울렸다.
“다음 정류장은 없습니다.”
그 안내방송이 이상해 내릴 곳을 물으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이 버스 안에서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창밖 풍경이 점점 낯선 곳으로 바뀌어 갔다.
학교도, 집도, 편의점도 사라지고 어둠속으로 길과 이름 없는 건물들이 사라지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여기 처음이지?”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그는 우리 반에서 사라졌던 아이었다.
실종 신고가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고 일주일즈음 후에 학교에 부고 소식이 돌았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긴… 집에 못 간 애들이 타는 버스야.”
아이의 말이 끝나자 버스 안의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들었다.
모두는 아니었지만 뉴스에서 한 번쯤 본 얼굴들이 있었다.
버스가 멈췄고 문이 열렸다.
검은 어둠뿐인 공간에서 버스 안으로 어둠이 파고 들었다.
그 순간, 기사 아저씨가 나를 돌아봤다.
“너는 아직이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 나는 다시 원래 하교 길에 서 있었다.
가로등도, 정류장도 없었고, 핸드폰의 시간은 11시 39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밤 11시 39분에는 절대 홀로 도로가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늦은시간 차 소리가 들리면 창문을 꼭 닫는다.
혹시라도, 그 버스가 다시 나를 부를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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